외환 스프레드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1월 17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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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 위치한 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EDAILY 글로벌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달러가 워낙 강하다 보니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정확하게 같아지는 이른바 `패리티(parity)`가 턱밑까지 와 있습니다. 이 같은 `달러 강세+유로 약세`가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화는 달러대비 1.0046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앞서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1.0032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등 이미 유로화는 2002년 12월 이후 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달러대비 12% 추락했고, 이제 20년 만에 처음 맞게 될 `1유로=1달러`인 패리티가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 측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대응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 번에 75bp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잇달아 밟으려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면서 아직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달러 강세, 유로 약세가 고질화하면 시장 참가자들은 유로화로 표시된 자산을 시장에서 내다 판 뒤 이를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을 사들이는 데 쓸 게 뻔하며, 이는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는 최근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도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유로-달러 환율(왼쪽)과 비트코인, 나스닥지수, 달러인덱스 간 상관계수 추이

가상자산 트레이딩업체인 제네시스글로벌트레이딩의 노엘 애치슨 시장분석 대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를 가장 덜 위험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에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달러 강세와 다른 통화 약세는 달러화 기준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사실 과거 비트코인 신봉자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피난처가 될 만한 자산으로 여겼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함께 달러인덱스에 반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실제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거의 12% 상승했고,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55%, 27% 급락했습니다. 즉, 비트코인과 기술주가 한 덩이로 묶여 달러값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연준에 비해 계속 통화긴축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한 만큼 패티리 이후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더 크게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국채에 비해 이탈리아 등 주변국 금리가 스프레드를 벌리면서 통화긴축을 펴도 그 효과가 유로존 전반에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도 ECB를 주춤거리게 할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이처럼 유로화가 1달러 아래로 더 내려갈 경우 외환 스프레드 시장심리가 더 악화하면서 미 달러와 미 국채라는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가 더 몰릴 수 있고, 이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위험자산에 악영향을 줄 겁니다.

데시슬라바 오베르 카이코 선임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1유로=1달러는 중요한 심리적 레벨”이라며 “만약 이 수준이 깨지면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높이고 가상자산을 비롯한 많은 유로화 표시 자산 매도세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유로스타시스(EURS) 발행사인 스타시스를 이끄는 그레고리 클루모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자산 투자가 줄어들자 과거 금융시장에서 넘쳐났던 달러화 차입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처럼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차입한 달러화를 상환하게 되자 달러가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왼쪽) 시장규모와 유로 스테이블코인

아울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매칭해 유로화를 보유하는 게 일반적인 만큼 투자자가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일례로, 유로화에 연동되는 테더인 EURT를 한 달 전에 매수한 투자자는 당장 1유로에 EURT를 다시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간 유로화 가치가 1.065달러에서 1.02달러로 4.2% 하락했으니, 다른 수익이 없다고 가정하면 EURT를 상환할 때 달러 기준으로 4.2% 손실을 입게 되는 외환 스프레드 셈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해시덱스의 로랑 크시스 유럽 대표는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시장이 과연 견고할 수 있는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화 표시 자산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클루모프 CEO는 “현재 유로화 주식과 채권은 물론 여타 자산에서 모두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있고, 유로 스테이블코인 역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라며 “유로화가 더 불안정해지면 투자자들은 거의 모든 자산을 달러화로 바꾸려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다만 관건은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테라-루나 사태 때와 같은 혼란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이 점에선 그리 큰 우려는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4억4000만달러 수준인데, 유로화 테더인 EURT가 2억1000만달러로 가장 크고 EURS가 그 다음입니다. 1510억달러 규모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0.3%에 불과하긴 합니다. 애치슨 대표는 “전체 시장에서 비중이 워낙 낮기 때문에 상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가총액에는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실제 충격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경기침체보다 인플레 억제 시급

최초의 0.5%p 금리 인상···가계부채 부실화 등 경기침체 우려
41년 만에 6% 돌파한 물가, 불거진 인플레 우려···한은 "물가 안정 총력"

기사입력 : 2022-07-12 17:55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 위치한 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 위치한 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

당초 지난 5월 물가 상승률이 5%대(5.4%)로 올라섰을 때만 해도 빅스텝까지 염두에 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6월 물가 상승률이 6.0%를 돌파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6%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7월에는 전기·가스요금도 올라 물가 상승률이 7%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판이다.

더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곡물 가격 불안, 오름세를 타고 있는 기대인플레이션 등 물가 상방 요인이 여전히 강력하다. 물가 고점이 어디까지 갈 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물가 압박을 받고 있는 한은으로선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 인상)' 움직임도 한은이 빅스텝을 밟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00~0.25%포인트인데, 한은이 평소처럼 0.25% 올릴 경우 미국이 빅스텝만 취하더라도 금리 역전 상황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유출되고, 가뜩이나 하락한 원화 가치를 추가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흐름에 금융시장에선 빅스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1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예상치(94%) 대비 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응답자의 64%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한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지속적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되면서, 이달 기준금리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경기 침체와 대출 이자 부담 증가 등의 후폭풍이 염려된다. 통상,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차입은 억제되고 저축은 늘어난다.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금융비용이 늘면서 투자가 축소되며, 경제성장률도 둔화된다. 주식·부동산 등의 미래 가치 역시 하락하면서 자산 시장도 위축된다.

특히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자칫 대규모 부실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이며, 5월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77.7%(1444조7500억원)다. 이를 단순 추산시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연간 가계이자 부담만 7조2238억원 가량 늘어난다.

이로 인해 당장 대출로 집을 산 서민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맞을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1.75%인 현재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 상단은 이미 7%를 넘었다.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금리 차)도 5.25%포인트를 넘는다.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3%에 다다르고, 주담대 금리 상단은 8%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향후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것과 서울아파트매입 금융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주담대 금리 7% 적용 시 서울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대출로 산 소유자는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291만원에 달했다. 가계 소득의 약 70%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

주담대 금리 8% 적용 시 가계 소득의 80%인 300만원 이상을 매달 상환해야 된다. 2022년 4월 기준 주담대 금리는 3.9%로, 전년 동월 대비 1.1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시점 서울시 전체 면적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1억5000만원이었다.

또한 전용 59㎡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억8000만원, 전용면적84㎡중형 아파트는 평균 13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상한선까지 30년만기 주택 담보대출을 실행하면 서울전체면적 아파트의 평균대출 상환액은 매월 194만원으로 조사됐다.

주택 규모별로는 전용면전 59㎡이하 소형아파트는 178만원, 전용면적 84㎡ 중형아파트는 209만원으로 나타나 이는 상환액이 외환 스프레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5만원, 40만원씩 상승한 결과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다. 오는 9월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40.3%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 신용 증가율(16.2%)을 크게 상회한다. 이런 가운데 빅스텝 단행 시 단순 추산으로 연 이자는 4조8000억원 가량 증가한다.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이 확대되며 부실은 커진다.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내놓은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규모 별로는 중소기업이 2조8000억원, 대기업이 1조1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는 "그간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아직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채로 대출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갑작스러운 외국인 자금 유출로 금융과 실물에 부정적 영향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방수' 퇴장하면 伊 부채위기 불붙을라…EU까지 좌불안석

마리오 드라기(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연립정부의 ‘내홍’ 끝에 14일(현지 시간)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사표를 즉각 반려하면서 ‘총리 공백’ 사태는 일단 피했지만 유럽연합(EU)은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유럽 내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을 정도로 재정위기가 심각한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은 곧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혼란과 투자자 불안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라기 총리는 이날 열린 내각회의에서 총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M5S) 소속 의원들이 이날 상원에서 표결이 진행된 260억 유로(약 34조 5000억 원) 규모의 생계비 지원 법안에 반대하는 의미로 전원 불참하자 “연립내각이 수명을 다했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드라기 총리는 대통령 집무실인 퀴리날레궁을 찾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서를 전달했으나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의회와 논의해 해법을 찾아달라’며 사임을 만류했다. 드라기 총리는 20일 상하원에 모두 출석해 현 정국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사실상 붕괴 위기로까지 치달은 이탈리아 연정의 심각한 내홍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2월 드라기 총리 탄생을 도왔던 연정 파트너이자 상하원 의석 30%가량을 확보한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은 내각 출범 이후 드라기 총리와 점점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갈등이 폭발했다. 미국·EU와 보조를 맞추려는 드라기 총리에게 직전 총리인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대표가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드라기 총리가 오성운동 내 유력 정치인에게 콘테 대표의 축출을 요청했다는 설까지 퍼지며 양측의 불화는 더욱 깊어졌다. 17개월 전 6개 주요 정당을 모두 아우른 거국 내각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린 드라기 총리 시대가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역내 경제 3위국인 이탈리아가 정치적 혼란에 빠지자 EU는 좌불안석이 됐다.

가뜩이나 만성적인 저성장과 부채 문제로 유로존의 ‘약한 고리’가 될 소지가 있는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며 유로존 전반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을 초래하고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외환 스프레드 운영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150.8%를 기록해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1년의 119.7%보다 오히려 높아진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과거에는 재정 남용이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만성적인 저성장으로 이탈리아 부채 비율이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ECB 총재로 재임할 당시 남유럽 재정위기 문제에 대처해 ‘소방수’라는 별명이 붙은 드라기 총리가 퇴진할 경우 이탈리아 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콩 출신 경제 칼럼니스트 리사 주카는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경제학자의 퇴장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드라기 총리의 사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3.5%까지 치솟아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스프레드)가 연초보다 2배 이상 벌어졌다. 이탈리아발 불안으로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0.9984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21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앞둔 ECB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ECB는 사상 최고로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0.5%포인트 외환 스프레드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데 금리를 크게 올릴 경우 이탈리아 같은 고부채 국가의 차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다시 역내의 재정위기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 인상을 앞둔 ECB의 눈이 온통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다”고 짚었다.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상원에서 정부의 260억 유로 규모 생계비 지원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원내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 소속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표시로 표결에 전원 불참했다. EPA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상원에서 정부의 260억 유로 규모 생계비 지원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원내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 소속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표시로 표결에 전원 불참했다. EPA연합뉴스

`1유로=1달러` 되면 가상자산엔 무슨 일이 [이정훈의 코읽남]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달러가 워낙 강하다 보니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정확하게 같아지는 이른바 `패리티(parity)`가 턱밑까지 와 있습니다. 이 같은 `달러 강세+유로 약세`가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12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화는 달러대비 1.0046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앞서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1.0032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등 이미 유로화는 2002년 12월 이후 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달러대비 12% 추락했고, 이제 20년 만에 처음 맞게 될 `1유로=1달러`인 패리티가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 측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대응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 번에 75bp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잇달아 밟으려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면서 아직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달러 강세, 유로 약세가 고질화하면 시장 참가자들은 유로화로 표시된 자산을 시장에서 내다 판 뒤 이를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을 사들이는 데 쓸 게 뻔하며, 이는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는 최근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도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유로-달러 환율(왼쪽)과 비트코인, 나스닥지수, 달러인덱스 간 상관계수 추이


가상자산 트레이딩업체인 제네시스글로벌트레이딩의 노엘 애치슨 시장분석 대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를 가장 덜 위험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에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달러 강세와 다른 통화 약세는 달러화 기준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외환 스프레드

사실 과거 비트코인 신봉자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피난처가 될 만한 자산으로 여겼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함께 달러인덱스에 반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실제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거의 12% 상승했고,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55%, 27% 급락했습니다. 즉, 비트코인과 기술주가 한 덩이로 묶여 달러값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연준에 비해 계속 통화긴축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한 만큼 패티리 이후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더 크게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국채에 비해 이탈리아 등 주변국 금리가 스프레드를 벌리면서 통화긴축을 펴도 그 효과가 유로존 전반에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도 ECB를 주춤거리게 할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이처럼 유로화가 1달러 아래로 더 내려갈 경우 시장심리가 더 악화하면서 외환 스프레드 미 달러와 미 국채라는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가 더 몰릴 수 있고, 이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위험자산에 악영향을 줄 겁니다.

데시슬라바 오베르 카이코 선임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1유로=1달러는 중요한 심리적 레벨”이라며 “만약 이 수준이 깨지면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높이고 가상자산을 비롯한 많은 유로화 표시 자산 매도세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유로스타시스(EURS) 발행사인 스타시스를 이끄는 그레고리 클루모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외환 스프레드 위험자산 투자가 줄어들자 과거 금융시장에서 넘쳐났던 달러화 차입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처럼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차입한 달러화를 상환하게 되자 달러가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왼쪽) 시장규모와 유로 스테이블코인


아울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매칭해 유로화를 보유하는 게 일반적인 만큼 투자자가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일례로, 유로화에 연동되는 테더인 EURT를 한 달 전에 매수한 투자자는 당장 1유로에 EURT를 다시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간 유로화 가치가 1.065달러에서 1.02달러로 4.2% 하락했으니, 다른 수익이 없다고 가정하면 EURT를 상환할 때 달러 기준으로 4.2% 손실을 입게 되는 셈입니다.

가상자산 외환 스프레드 거래소인 해시덱스의 로랑 크시스 유럽 대표는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시장이 과연 견고할 수 있는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화 표시 자산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클루모프 CEO는 “현재 유로화 주식과 채권은 물론 여타 자산에서 모두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있고, 유로 스테이블코인 역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라며 “유로화가 더 불안정해지면 투자자들은 거의 모든 자산을 달러화로 바꾸려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다만 관건은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테라-루나 사태 때와 같은 혼란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이 점에선 그리 큰 우려는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4억4000만달러 수준인데, 유로화 테더인 EURT가 2억1000만달러로 가장 크고 EURS가 그 다음입니다. 1510억달러 규모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0.3%에 불과하긴 합니다. 애치슨 대표는 “전체 시장에서 비중이 워낙 낮기 때문에 상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가총액에는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실제 충격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카드 리볼빙 6조 역대 최고, 금융시장 ‘카나리아’ 경고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 등 대출리스크가 집중된 금융권을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원장과 저축은행 CEO 간담회 모습. [뉴스1]

19세기 광부들은 탄광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에 유독 민감한 새다. 광산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픽픽 쓰러졌다. 아름다운 카나리아의 노래가 멈추면 광부들은 탄광의 위험을 감지하고 즉시 탈출을 시도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상승)’이 현실화하면서, 금융시장의 위험을 알리는 카나리아 노래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신용카드 리볼빙(결제액 이월 약정) 이용액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침체와 고물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금리 리볼빙의 증가는 한계 상황에 이른 차주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다중채무자가 많은 카드 이용자의 특성상 금융권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유예됐던 대출 원금 상환 유예 및 만기 연장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되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취약차주들의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무리한 영업을 자제하고 유동성 관리에 나서라.”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외환 스프레드 이하 여전사) 대표를 한 자리에 소집한 자리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8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선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 관행이 조기 정착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리볼빙, 불법 사채 쓰기 전 마지막 단계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여전사의 취약층 대출 규모는 74조8000억원,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는 4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여전사와 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각각 64.6%와 78.9%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의 어려움이 커지고, 이로 인해 빚을 못 갚는 대출자(한계 차주)도 늘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과거 금리인상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1.9%p 증가했다. 지금은 금리 인상 속도가 당시를 훨씬 능가한다. 이들 비은행권은 부동산 대출 비중도 전체 기업대출의 50%에 육박할 정도여서, 부동산 경기 하락 리스크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여전사는 유동성·신용리스크가 중첩돼 자산 부실화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다만 현재 카드업계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사의 연체율은 1.1%에 불과하다. 비카드사의 0.94%와 견줘 차이가 크지 않다. IMF 외환위기, 카드대란을 겪은 금융권의 위험관리 역량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건전성 지표의 외형과 달리 그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email protected]

취약차주들의 상환 여력 저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대표적인 것이 결제성 리볼빙 잔액 증가다. 고금리인 결제성 리볼빙이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6조4000억원으로,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2년 새 1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카드 대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며,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연체와 부실을 유발하는 고금리와 유예 문제가 리볼빙의 고유 속성이라면, 최근의 리볼빙 규모 증가는 개인 신용의 하락을 넘어 우리 경제를 주름지게 할 수 있는 이례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연체자에게 상환해야 할 대출금을 다시 빌려주는 ‘카드 대환론’ 잔액도 급증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5월 말 기준 카드 대환론 잔액은 9632억원으로, 지난해 말 8837억원보다 9% 증가했다.

카드 이용자들은 다중채무자가 많아서 금융권 연쇄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여전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46.5%다. 은행(25.2%)이나 상호금융(29%)의 다중채무자 비중을 압도한다. 민복기 한국가계재무연구소 소장(한국금융연수원 외래교수)은 “리볼빙 등 상환 여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카드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위험 징후라고 볼 수 있다”며 “다중채무를 가진 카드 이용자들이 경기 악화로 손을 들게 되면, 신용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카드 리볼빙이 ‘탄광 속 카나리아’로 주목받는 이유는 제도 금융권 ‘악성 부채’의 끝판이어서다.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육박하는 높은 이자와 신용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당장 대금을 갚기 어려운 이들이 사용하는 비상 수단이다. 민 소장은 “리볼빙은 불법 사채로 가기 전 마지막 단계로 선택하는 상품으로, 취약차주들을 위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됐다”고 말했다.

카드정보포털 카드고릴라는 ‘카드스쿨’(2020)에서 카드 리볼빙 이용을 ‘러시안룰렛’에 비유했다. 1개의 총알을 실린더에 넣고 돌아가며 자기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듯, 총알을 빼내지 않고 회전을 거듭하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리볼빙은 카드대금을 약정된 결제일에 전액 납부하기 어려울 때,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일정 기간에 나눠 갚는 할부와 달리, 리볼빙은 별도의 상환기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매월 약정 비율의 금액을 내면, 남은 금액은 반복해서 이월된다. 금융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리볼빙의 가장 무서운 독(毒)은 ‘줄지 않는 빚’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심각한 채무라고 인식하지 외환 스프레드 못한 채 더 많은 사용이 이뤄지게 돼 빚의 수렁에 빠진다는 데 위험성이 있다. 더구나 그 빚은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하는 고금리로 꼬박꼬박 불어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최고 연 18.52%(롯데카드)에 달했다. 다른 카드사의 평균 금리도 연 14.83~17.76%로, 카드론 평균 금리인 연 12.10~14.94%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신용자도 고금리를 비껴가지 못했다. 최고 17%를 넘어섰다. 신용평점 900점 초과(KCB 기준)에 적용되는 카드사별 리볼빙 금리가 최소 11.9%에서 최고 17.06%에 이르렀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리볼빙은 불법 사채를 쓰는 것 못지않게 위험하다”며 “지인의 도움을 받거나 주식 등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당장 불씨를 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리볼빙 이용 잔액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주목한다. 이달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강화되면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취약차주들이 DSR에 포함되지 않는 상품으로 우회하고 있다. 카드론은 올해부터 DSR에 포함됐지만, 리볼빙은 예외가 적용된다. 리볼빙의 이례적 증가의 배경으로 관측된다. 서지용 교수는 “건전성 강화를 위해 내놓은 DSR 정책이 가계 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고물가를 동반한 경기 침체의 공포가 몰려오면서 ‘민스키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가설’에 따르면, 신용에 의해 부풀려진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신용 회수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자산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 민스키 시점은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부채를 진 채무자들이 상환을 위해 건전한 자산마저도 내다 팔지 않을 수 없게 몰리는 때를 이른다.

‘민스키 시점’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도

금융권 안팎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상공인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등의 조치가 종료되는 9월을 주시한다. 개인채무자들에 대한 원금 상환 유예 조치는 2020년 4월 실시된 이후 오는 9월까지 네 차례 연장됐다. 10월부터 지원책이 중단될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다중 채무자와 고액 대출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가 속출할 수 있어서다. 카드업계는 이르면 연말부터 자금 경색 위험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여전사들은 위기 때마다 유동성 리스크에 출렁거렸다.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 등 시장성 차입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특히 민감하다. 실제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여전채 신규 발행이 사실상 중단돼, 일부 중소형 여전사는 수개월간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최근 여전채 금리는 4%를 돌파하며 카드사의 유동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전채 순발행 규모는 1분기 4조4000억원에서, 5월 1조5000억원, 6월에는 3000억원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대출 부실화로 연말 이후 자금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자본충당금을 확충하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미뤄왔던 ‘빚 폭탄’이 터지면서 올해 하반기 줄도산을 경고한다. 최근 대법원 회생·파산 위원회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회생법원을 추가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코로나 이후 유예돼있던 부채 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경제적 위기에 놓인 기업과 개인을 위해 전국적으로 신속하고 전문적인 도산절차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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